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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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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심리학자인 윌리엄 글라서는 인간에게는 술, 도박, 마약 등과 같은 해로운 중독 현상이 있는 반면에 바람직한 중독 현상도 있다는 것에 주목해 <긍정적 중독>이라는 책을 펴낸 바 있습니다. 글라서는 긍정적 중독에 해당하는 일들을 찾아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의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1. 자발적으로 매일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동시에 경쟁적이지 않은 일
2.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으며 숙달되기 위해 정신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일
3.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여럿이 같이 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일
4. 행할 만한 신체적, 정신적 가치가 있다고 믿는 일
5. 자기 자신만이 그 일의 성과를 판단할 수 있는 일
6. 스스로 비판하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 일

이 여섯 가지 조건에 해당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바로 '달리기'입니다.

소설가 김연수는 동인문학상 등 수차례 여러 상을 수상한 소설가이자 마라톤광으로 유명합니다. 이미 뉴발란스 블로그에 달리기와 관련된 단편을 쓰기도 했던 그는 이미 이 긍정적 중독에 빠졌는데요. 그는 달리기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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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는 청년시절 자신의 내면세계를 기록한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책 앞 갈피에, "좋아하는 것은 낮선 지방의 음식, 그리스인 조르바, 나이가 많은 나무,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별자리, 중국어로 읽는 당나라 시, 겨울의 서귀포와 봄의 통영과 여름의 경주, 달리기"라고 말할 정도로, 김연수에게 '달리기'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전에 직장에 다닐 땐 규칙적으로 달렸었습니다. 7시 쯤 퇴근해서 한 시간 정도 달리고 9시부터 새벽 한 시까지 15매 정도를 쓰고 아침에 교정을 보던 식으로 일상이 반복되었죠. 아마도 <꾿빠이 이상>도 그렇게 쓴 소설인데 격정적이지도 않고, 계획에 따라서 쓰여진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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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와 달리기는 웬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소설가'하면 흔히 어슴프레한 새벽, 조용히 컴퓨터와 마주앉아 타자를 치는 정적인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달리기'란 헉헉 숨이 찰 때까지 뛰고, 땀 흘리는 동적인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가 달리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규칙적으로 글을 쓸 때엔 달리기가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규칙적으로 달릴 때엔 글도 규칙적으로 잘 쓰여집니다. 신기하게 그런 식으로 세상 모든 것을 대하게 되는 것 같고, 장편소설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게 된 것도 달리기를 하면서부터였습니다. 출발해 조금씩 골인지점을 향해 달려가듯이, 마감까지의 시간을 역으로 계산해보면 하루에 써야할 양이 나오죠. 주로에서 1km를 천천히 달리듯이 시간을 쪼개고 매일 주어진 양만큼 반복적으로 써나갑니다. 작가들이 장편을 쓰기 위한 몸만들기는 대학에서도 가르쳐주질 않습니다. 달리면서 마라톤 책을 보면 나와 있는데 말이죠. 그런 식으로 해 나가는 것이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 달리기를 하면 시간이 압축적으로 흘러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시간이 굉장히 빨리 흐르는구나 하는 생각과 일주일 동안 달린 거리를 기록해보면 이렇게 많은 거리를 달리니 다른 일도 이만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도 들죠. 하지만 달리지 않으면 왠지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 같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수치로 환산되는 것이 없으니 그 시간에 뭘했나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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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김연수는 마감까지 하루하루 써야할 분량을 정해놓고 계획적으로 글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일까? 그는 다른 소설가들에 비해 비교적 빠르게 책을 출간하곤 한다. 이 계획적인 글쓰기의 밑바탕은 곧, 달리기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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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뛰는 방법을 잘 몰라 30분 이상 지속적으로 달리질 못했는데 그걸 극복했던 것이 99년이었습니다. 그러다 1시간 달리게 되고 그렇게 시간이 늘면서 처음으로 대회에 참가한 것도 그때였습니다. 당시엔 달리는 사람도 적었고 그들의 목표는 오로지 완주였습니다. 그래서 좋았죠. 늦게 완주하며 들어와도 모든 사람들이 박수쳐주고 흥겨워했습니다."

만약 마라톤이 단거리였다면 안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김연수는 오래 뛰는 것은 전반적으로 모든 것이 뒤바뀌는 경험이어서 좋다고 말한다. 그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운동을 잘하는 편도 아니었거니와, 처음부터 달리기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으며, 그에게 달리기란 숨이 차고 배아픈 경험이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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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처음 달리기에 익숙해졌을 때 그를 가장 난감하게 만들었던 것은 매일 한 시간씩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시간이 생겼다는 점을 꼽았다. 달리는 동안에 신문을 읽거나 잠을 잘 수는 없지 않은가. 처음에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라디오를 들었지만,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져 포기했다고.

그러고 나니 혼자서 마음놓고 생각할 수 있는 막막한 시간이 한시간이나 주어졌고, 어느 날 드디어 한 시간을 정말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달리면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게 됐고, 대신에 오감(五感)이 열린 것이다. 저녁놀을 배경으로 서있는 아카시아 나무 가지들이 생생하게 눈에 들어왔고, 땀으로 젖은 살갗으로 불어오는 바람의 세기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온몸으로 흘러가는 한 시간을 느끼며, 이 세상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그는 달리면서 자신을 찾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물론, 김연수에게도 달리기를 하면서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을 것이다. 술을 많이 마셔서, 감기가 걸려서,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등등 어느 날 전혀 달리고 싶지 않은 순간이 찾아올 때, 그는 이것도 달리기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또한 슬럼프에 빠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슬럼프를 만끽하는 것이라며, 절정의 경험을 최대한 누렸다면, 슬럼프도 누려야 한다 말한다. 또한 슬럼프에 빠졌다면 새로운 것을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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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에게 마라톤이란, 달리기란 어떤 의미일까?

"전 기록보다는 달린 거리가 쌓여가는 것이 좋습니다. 속도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달린 시간과 횟수를 중요시 합니다. 질주 속도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달린 시간과 횟수를 중요시 합니다. 질주 속도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4시간 이상을 뛸 수 있는 제 자신의 몸을 경험할 수 있어서 매력적인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열심히 달리면 기록은 단축되겠지만 그것을 위해서 뭘 해야겠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근본적으로 고통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기록도 제 능력 범위에서 줄이고 싶습니다."

"빨리 뛰어서 대단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이렇게 많이 뛰었구나 하는 생각과 누적된 기록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빠른 기록보다 이런 것들이 제게 더 많은 동기부여를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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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달리기 사랑은 달리기 관련된 서적을 번역하고, 달리기 칼럼을 쓰는 등의 행보로 이어졌다.

그가 번역한 조지 쉬언의 <달리기와 존재하기>는 잔병치레와 약 먹기에 지친 40대 중반의 심장병 전문의 쉬언 박사가 지방신문에 연재한 달리기 칼럼을 모은 책으로, 러너들 사이에서 '달리기의 철학'을 담은 고전으로 불린다.

"러너는 달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달린다. 고통과 피로와 아픔을 견디며, 스트레스에 맞서면서, 삶에 필요한 것만을 남겨놓으려 하면서 러너는 자신에게 충실해진다" 라는 말에서 '고통과 친숙하다'는 점이 작가와 러너는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라 말한다.

"소설을 쓰면 성격도 몸도 바뀌어요. 시인은 단거리에 강해요. 행동과 사고가 민첩하고 말도 시니컬하죠. 소설가는 장거리주자에요. 항상 뒷일을 생각하기 때문에 술을 마셔도 소설가는 도중에 도망가는데 서사가 없는 시인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죠. 마라톤을 하려면 최소한 한달의 계획이 필요해요. 보통 12주 프로그램이 지시하는 대로 월요일은 3km, 화요일은 5km, 수요일은 사이클 하는 식으로 정확히 훈련하면 누구든 무조건 완주를 하게 돼 있어요. 언젠가 그렇게 연습을 한 끝에 대회 출발선에 섰는데 그날 내가 완주를 할 거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즉, 연습 과정에서 상황은 끝난거죠. 그런 날의 달리기는 행복한 확인의 작업이에요. 소설은 쓰는 과정에 모든 것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 건 마라톤의 영향이에요."


뉴발란스 'New Balance Thinking' 블로그피플에 선정된 소설가 '김연수'님을 소개합니다.

누군가는 달리기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 운동화를 신고 몸을 움직이는 그 순간부터 나는 즐거워진다. 그건 상호작용적인 황홀감이다. 나는 행복하기 때문에 달리고, 달리기 때문에 행복하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가장 순수한 나를 만난다. 달리기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된다."

여러분에게 '달리기'란 어떤 존재인가요? 혹시 괴롭고, 힘든 운동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는지요.

김연수는 규칙적인 글쓰기, 자신을 찾는 일 등 달리기를 하면서 얻은 긍정적인 변화들과 경험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달리기를 시작하려 해도 중도 포기할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최근 EBS <지식채널e>에서 '마라톤을 완주하는 법' 편 객원작가로 참여했던 김연수가 말하는, 풀코스 마라톤 완주를 도전하면서 겪은 실패와 재도전의 경험담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벽을 만나면, 뚫고 지나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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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발란스 블로그 내 김연수 단편 보러가기
- 김연수의 <달리기 구루> 제1화. 어떻게 하면 달리기가 습관이 될 수 있나요?
- 김연수의 <달리기 구루> 제2화. 나는 비로소 매일 달리기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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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wbal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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